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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시장가설과 가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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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lwkd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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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경제학이 이론을 전개할 때 항상 전제하는 가설이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가정입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가격은 언제나 정당하게 결정되며, 시장은 잠깐동안은 불안정하게 움직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결국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믿음을 항상 전제로 깔고 시작합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온통 미쳐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주식시장도 일정한 규칙성이 있고, 시장의 가격결정법칙에 입각해서 움직일거라는 예상을 가지고 주식의 가격결정 매커니즘을 설명하려고 최초로 시도했던게 1960년대에 보편화 되었던 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입니다. 저도 일전에 CAPM을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이론을 소개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CAPM의 핵심은 베타값입니다.

CAPM이 주장하는 대로라면, 주식시장은 효율적 시장가설에 기반해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투자를 해도 충분한 시간이 흐른다면 결국 시장수익을 넘길 수 없어야 합니다. 이른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거지요.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 비체계적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베타값이 작은 안전한 주식을 사거나,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여러 종목들을 함께 묶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정도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런 CAPM이 지배하던 미국 주식시장에서 반기를 든 사람들 중 하나가 벤저민 그레이엄입니다. 안전마진의 개념을 도입해서 본질가치에 비해 충분히 싼 주식을 산다면 얼마든지 시장수익율을 이길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지금이야 주식투자자의 교과서처럼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효율적 시장가설을 신앙처럼 받들던 당시 7,80년대 경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그의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 고전경제학자들은 주식시장이 남겨준 방대한 자료들을 토대로 효율적 시장가설과 그레이엄의 주장 중 어느쪽이 맞는지 검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검증을 해본 결과는 어땠을까요? 뭐, 말 안해도 뻔한 결과겠죠. 수많은 이들이 검증을 해가면 해갈수록 그레이엄의 주장이 더 신빙성을 얻기 시작했고, 파면 팔수록 효율적 시장가설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괴현상들이 점점 더 강하게 발견되었습니다. 그렇게, CAPM을 가지고 주식시장의 가격결정과정을 설명하려던 시도는 물거품이 되고, CAPM은 사망선고를 받게 됩니다.

그렇게 CAPM이 주식시장을 설명할 수 없게 되자, 경제학자들은 베타값에 더해 다른 요인을 추가해서 주식시장을 설명하려 했고, 파마와 프렌치(Fama-Frech)가 베타값에 더해 해당 기업의 기업규모와 BM(장부가치 대 시장가치 비율, book to market ratio)가치를 추가해서 체계적 위험을 마저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해 파마-프렌치 3요인모델을 발표합니다. 시총규모가 작은 소형주일수록, BM비율이 높은(저PBR) 가치주일수록 수익율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3요인모델도 주식시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수익성과 자본투자를 더해 5요인 모델이 나와있는 상태이고, 이제는 여기에 모멘텀까지 추가하는 6요소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파마와 프렌치가 이런 고생을 하기 전에(그래도 이걸로 노벨상을 받았으니 헛고생은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먼저 해봤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애초에 CAPM이 상정하고 있는 베타값이라는 변수 하나를 가지고 대강의 추세성향이라도 얼추 비슷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거기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3요소든 6요소든 더 세밀하게 더하는 시도가 의미가 있겠지만, 단일변수인 베타값부터 효율적시장가설을 대놓고 강력하게 부정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그 근본부터흔들리는데 그걸 보완하는 변수를 3개든 6개든 늘려나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거지요.

실제로 3요인에서 시장베타값을 뺀 시가총액이나 BM비율, 여기에 5요인모델에서 추가한 두 요인인  수익성요인과 자본투자요인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벤자민 그레이엄이 주장했던 안정적인 세전이익이나 장기간동안 높은 채권대비 초과수익률, 유형자산에 대한 고려 같은 안전마진에 포함되는 요소들이 다 녹아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럴거면 이리 복잡하게 모델을 만들지 말고 그레이엄의 책들을 읽는게 차라리 낫죠.

물론, 파마와 프렌치가 노벨상을 받을만큼 그들의 이런 노력들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당장 펀드메니져의 성과를 검증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짤 때에 이런 요인들을 고려해서 어느정도의 위험을 감수할지 설정한다거나 하는 식의 정교한 설계를 가능케 해준다는 점은 분명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시장베타값이라는 개념 자체가 “효율적 시장가설”을 전제한 상태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이 효율적 시장가설에 위배되는 판이라면 그렇게 베타값이 포함되 있는 한 주가의 깔끔한 설명이나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애초에 효율적 시장가설이 통하지 않는 주식판을 구태여 그걸 부득불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한 종교적 열정이나 신념을 고백하려는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느낌도 들더라구요.

애초에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econ이 아니고, 감정과 군중심리, 각종 불합리한 심리기제에 휩쓸리는 생명체라고 한다면 그냥 주식시장이 효율적 시장가설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비이성적” 시스템이라고 깔끔하게 인정하고 시작하는게 빠르지 않느냐는 거지요. 그렇게 전혀 다른 방향에서 주식시장을 바라본 사람들이 행동경제학자들이고, 가장 유명한 연구가 로버트 실러와 존 캠벨이 발표한 책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ly exuberant)”입니다.

이들은 1871년부터 미국 주식시장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서 주식들이 얼마만큼 배당금을 지급했는지를 가지고 주식의 본원가치를 계산한 다음, 실제 주가 추세와 비교해봤더니, 누적배당금을 기초로 계산한 본원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변동폭이 작고 완만하게 변하는 반면, 실제 주가는 도저히 본원가치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심하게 요동쳤다는 사실을 확인한 거지요.

실제로 효율적 시장가설이 단 1%라도 실제 주식시장과의 연관성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는거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로버트 실러는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하던 90년대 후반의 주가수준이 위험할 정도로 높아보인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연준위장이던 엘런 그린스펀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런 주장이 틀렸다며 무시하다가 4년 뒤 닷컴버블 붕괴를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행동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주가가 올라가고 분위기가 좋으면 비이성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주식을 사고, 반대가 되면 분위기가 좋았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공포에 휩싸여(위험회피본능)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주식을 내다 던지며 한참동안 저평가된 주식에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전략이 예나 지금이나 시장수익을 압도하는 실적을 낼 수 있는 안전마진이 형성되는 거지요.

즉,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가 성공적일 수 있는 이유는 주식이라는게 “본질가치”라는게 정말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불황기나 주가가 떨어질 때 인간이 비이성적으로 공포에 빠지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결국, 가치투자라는 행위를 특정 주식의 본질가치를 찾는 행위가 아니라, 현재 특정 주식에 들어가 있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과도한 공포와 무관심에 빠져있는지를 관찰하고 측정하는 행위라고 정의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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