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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잠재력이 큰 기업에 투자하라. - 필립 피셔(Philip A. F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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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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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성장 잠재력에 투자하라.
필립 피셔(Philip A. Fisher, 1907~2004)

피셔의 투자 이론은 그레이엄과 반대되는 것이다. 피셔는 오히려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면 장부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해도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그레이엄이 가치주 투자 이론의 원조라고 한다면 피셔는 성장주 투자 이론을 월스트리트에 처음으로 소개한 개척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 같은 재무제표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보다는 최고 경영진의 능력과 경쟁력의 우위 같은 질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피셔는 강조한다.

피셔는 분산투자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분산투자를 위해 자신이 잘 모르는 여러 회사에 투자한다면 이는 오히려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이보다는 자신이 잘 아는 소수의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게 피셔의 주장이다.

피셔의 위대함은 현장 투자 이론의 완성에 있다. 20세기 초에는 다우 이론으로 대표되는 기술적 분석이 유일무이한 투자 이론으로 전성기를 구가했고,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면서는 그레이엄의 가치주 이론이 가장 확실한 투자 이론으로 자리매김했다. 피셔의 성장주 이론은 1950년대 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그 후 더 이상 새로운 현장 투자 이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기술적 분석이 다시 주목받기도 하고, 새로이 해석된 가치주 이론이 주식시장의 테마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셔의 성장주 이론 이후 이에 버금가는 새로운 투자 이론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피셔의 투자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주가가 아닌 기업을 보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아주 탁월한 최고 경영진이 이끌어가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해 그 기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더욱 훌륭한 기업이 될 때까지 몇 년 혹은 몇십 년 동안 보유하는 게 투자 성공의 열쇠라는 것이다. 기업이 성장을 이어가면 잠재적인 가치도 더욱 높아질 것이고, 주식시장은 반드시 이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투자자가 위대한 기업을 제대로 선택했다면 맨 처음에 그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데 들인 투자 원금은 몇백 배 혹은 몇천 배로 불어날 것이다.

피셔의 독창성은 그가 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와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를 읽어보면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주가수익비율(PER)에 관한 그의 시각이다.

피셔 이전까지 월스트리트에서는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PER이라고 정의했다. 이렇게 계산한 PER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싼지 혹은 비싼지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피셔는 주당 순이익에 PER을 곱한 것이 주가라고 보았다. 피셔에게는 PER이 아니라 주가가 종속변수였던 것이다. 따라서 PER이 높다고 해서 그 주식이 비싸다거나 PER이 낮다고 해서 그 주식이 싸다거나 하는 판단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다.

피셔는 어떤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기업의 성장에 따라 주당 순이익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증권가에서 그 기업에 대해 재평가하고,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업종이나 산업을 재평가하고, 주식시장 전체를 재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피셔의 시각은 그런 점에서 기존의 기술적 분석이나 계량적 분석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술적 분석이 주가의 움직임을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삼고, 계량적 분석이 자산 가치나 주당 순이익 같은 수치화한 기업 가치를 중시한 것과는 달리 피셔는 궁극적으로 증권가가 재평가하게 될 기업의 질적인 가치를 투자의 최우선 요소로 삼았다.


가치 있는 기업과 백년가약을 맺어라

또 한 가지, 피셔가 투자 대상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던지는 “경쟁 업체에서는 아직 하지 않고 있지만 당신 회사에서는 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은 정말 너무나도 통렬하다.

마젤란펀드를 세계 최고의 뮤추얼펀드로 키워낸 피터 린치의 투자 전략을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신발 밑창이 닳도록 기업체들을 찾아다닌다는 것과 경쟁 업체가 인정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물론 피셔처럼 한 번 매수하면 최소한 3년 이상 보유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피터 린치의 투자 방식 역시 피셔의 투자 이론에 따른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소위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피셔의 투자 이론을 연상케 한다. 지금처럼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완전히 개방되기 이전까지는 주당 10만 원이 넘는 주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느 종목의 현재 주가 수준에 따라 투자한 것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에 따라 투자했다. 그래서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포스코의 주가가 지금처럼 높아질 수 있었던 셈이다. (피셔가 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가 스탠포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비롯해 미국 주요 대학 MBA 과정의 투자론 교과서로 쓰이고, 이곳을 거쳐 간 졸업생들이 세계적인 투자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철저한 사전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피셔의 아버지는 외과 의사였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을 정도로 물질적인 면을 도외시했고, 그래서 어린 시절 집안 사정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피셔는 열두세 살 때부터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졌으며, 주식시장을 매우 흥미로운 ‘게임의 장’으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주식시장은 성공한 기업가와 훌륭한 기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큰돈을 벌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학업 성적이 뛰어났던 피셔는 15세에 대학에 입학했고, 스탠포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마친 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앵글로 런던 앤드 파리 내셔널 은행에 조사•분석 담당자로 들어갔다. 당시에는 은행에서도 주식을 팔았는데, 이곳에서 그가 한 업무는 증권 조사와 분석이었다.

통계 분석 업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피셔는 1년 만에 그만두고 증권회사로 옮겼으나 대공황의 여파로 증권회사는 파산하고 만다. 피셔는 결국 1931년 직접 투자자문회사인 피셔 앤드 컴퍼니를 설립한다. 대공황이라는 시대의 그늘 속에서 창문조차 없는 작은 사무실을 얻어 출발했지만 몇 해 동안은 주식시장의 약세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로 고전한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는 이때 찾아왔다. 피셔가 대학원 재학 시절 눈여겨보았던 야채 통조림용 기계 제조업체인 푸드 머시너리 컴퍼니(FMC) 주식을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자신도 매입한 것이다. FMC는 야채 통조림 소비의 폭발적인 증가로 영업이 잘됐지만 대공황의 영향으로 1928년 50달러까지 거래됐던 주가가 1931년에는 4달러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피셔는 이미 이 회사 경영진의 우수함을 알고 있었고, 성장 잠재력이 큰데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의 약세로 인해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판단했다. 그와 그의 고객들은 4달러에 이 회사 주식을 매입해 결국 50배의 차익을 남겼으며, 이 거래를 계기로 그의 투자자문회사는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된다.

피셔가 투자 대상 기업을 찾는 방법은 명탐정 셜록 홈스와 형사 콜롬보를 연상시킨다.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고 정확하게 범인을 찾아내듯 투자 대상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다. 피셔는 우선 광범위한 사실 수집과 자료 분석, 철저한 현장 조사를 거쳐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사건 현장을 몇 번이고 다시 찾아보는 셜록 홈스처럼 말이다. 그런 다음에는 최고 경영진의 과거 실적을 살펴보고, 향후 경영 전략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다. 무심코 던지는 것 같지만 정확히 맥을 짚는 콜롬보 반장의 날카로운 질문과 같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조사한 기업 내용과 최고 경영진의 답변을 종합하는 논리적인 추론이 뒤따른다. 지금의 주가는 과연 합리적인 수준인지, 또 지금과 같은 실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 철저히 따져보는 것이다.

피셔가 이런 방식으로 찾아낸 대표적인 종목이 모토로라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다우 케미컬, 레이캠 등이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모두가 성장성이 뛰어난 기술주라는 것이다. 특히 피셔가 이들 종목을 주로 매입했던 1950년대에는 이들 종목 모두 첨단기술주였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에 투자한 사례를 살펴보자.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는 1930년 유전 개발을 위한 지질 탐사 서비스 회사로 출발했다. 이 회사가 전자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에 잠수함 탐지 장치를 납품하면서부터였다(피셔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육군 항공대에 근무할 때였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는 1952년 트랜지스터를 생산했고, 1958년에는 세계 최초로 집적회로를 만들어냈다.

피셔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은 1955년이다. 피셔는 이 회사의 탁월한 기술력에 매료돼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에릭 존슨을 만났다. 그는 뛰어난 엔지니어 출신인 존슨의 기술 혁신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첨단기술은 변화 속도가 무척 빠르고 경쟁도 치열한 분야여서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기술 혁신 능력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는 그의 예측대로 반도체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뻗어나갔다. 최근에는 휴대폰과 MRI 같은 의료기기에 쓰이는 디지털 신호 처리(DSP) 기술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최고 경영진의 역량도 탁월해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는 1970년대부터 일찌감치 기업 이익의 일부를 전 사원에게 분배하는 ‘인적 효율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피셔는 1955년에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주식을 주당 14달러에 매수했다. 피셔는 이 주식을 30년 이상 보유한 뒤 1980년대 말에 매각했다. 아쉽게도 너무 일찍(?) 이 주식을 팔았지만 그가 만약 1999년 말까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주식을 보유했다면 가히 천문학적인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주식은 피셔가 매수한 뒤 1999년 말까지 수십 차례 주식 분할을 실시해 한 주가 무려 1,749.6주가 됐다. 1999년 말 당시 이 회사의 주가는 93달러였다. 1955년 14달러에 매수한 주식이 40여 년 만에 16만 달러가 된 것이다. 투자 수익률이 100만 퍼센트가 넘은 셈이다. (물론 1999년 말이 기술주 거품이 최고조에 다다른 시점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박리다매’식 투자는 금물

피셔는 많은 수의 보통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뛰어난 기업체 몇 개를 찾아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래서 피셔의 포트폴리오에는 통상 10개 내외의 종목만 편입돼 있고, 그 중 3~4개 종목에 전체 투자 자금의 75% 이상이 집중된다.

그는 특히 다른 투자자들이 그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인식하기 이전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을 때 오히려 주식을 사는 경우가 많다. 또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급락하거나 어떤 기업의 실적이 1~2분기 정도 갑자기 악화됐을 때도 매수할 기회로 여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기준에 맞게 철저히 조사를 한 다음 투자를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가 주식을 팔 때는 투자한 회사가 더 이상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을 때, 또 자신이 내렸던 최초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두 가지 경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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